2022. 03. 01

엉재


새로운 시작에 앞서, 이것 저것 정리하거나 혹은 계획해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날은 설렘과 불안함이 뒤섞인 긴장을 동력 삼아 작업을 진행하다가 어느날은 그 긴장에 휘말려 작업들을 멍하니 지켜보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문득, 오늘도 역시나 내 작업을 지켜보던 와중에 나는 도자기를 막 시작했던 때에 지나갔던 감각의 순간이 떠올렸다. 


내 마음과 손이 만들어 낼 결과물의 완성도나 가치, 혹은 평가와 상관 없이, 일단 이 행위를 지속해야 한다고 

-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 

단단하게 마음 먹었던 나의 몸. 


그 몸을 의지하고 활용하여 나의 감상과 취향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작업 앞에서 내가 만들어 내거나, 내가 전하는 의미가 어떻게 느껴질지 미리 궁리하는 다소 어리석은 자세를 취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 해야겠다. 다시 한번 새로운 삶의 흐름 속에서 다부진 진정의 태도로 내 몸과 마음을 다해 다시 여백을 채우고 또 비워내는 나로 살기를 내게 간곡히 부탁하며 일어나 다시 작업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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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WON JAE AR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