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 14

엉재


처음 학교에 입학 했을 때, 내 자신보다도 큰 욕심과 의지 그리고 스스로는 몰랐던 아직 다 버리지 못한 고집이 학교 적응에 장애물이었음을 이제야 인정하는 올 봄이 흘러가고 있다.  물론 이렇게 적는다 해서 뻔뻔스럽게 지금의 내가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교 안에 내 공간과 나라는 사람의 흔적을 펼치기 시작하고 있고 더해서 행운으로 내 발걸음이 그 안에서 모나지 않고 제법 자연스럽고 건강해 보인다. 


 그 와중에 기존 작업은 작업대로 진행하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력이 소진되면서 꽉찬 일정 속에서도 몽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부지런히 살아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감사함과 지친 마음의 사이를 지나 만들어지는 - 따뜻한 빈 공간에서의 몽상만큼 자유롭지는 못할 수 있지만 - 틈새의 연약한 몽상도 바라왔음을 인정하고 만족한다. 명확하게 그리고 순차적으로 작업을 진행/해결하던 몸 안에 반듯한 균형이 깨지면서 비로소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미지의 공간 속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 걸어간다.


 나름의 노력으로 원하는 만큼 다가갈 수 없을 지도 모르고, 또 부푼 마음과는 달리 별 다른 수 없이 내 눈에만 자리할지도 모르지만, 안개가 자욱해서 어렴풋이 보이던 산 주위를 산책하다 기어코 등산을 갈 수 밖에 없는 심정에 이른 지금을 즐기려 노력한다. 어쨌거나 산에 오르다보면 나를 비추는 달이나 해를 바라보게 될 것이고 그 빛이 어떤 모습이건, 그 빛에 의해 맺혀있던 마음이 풀려나가는 그 순간의 달콤함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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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WON JAE 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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