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8. 01.

엉재



흙을 만지기 시작했을 때, 한편으로는 쉴 새 없이 엉크러지는 마음의 방향과 속도를 늦추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당시 내게 작업이란 때론 뾰족하고 휘청이면서, 때론 녹아 내리며 흐물거리는 나를 안심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안심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를 둘러 싼 나의 그림자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방식을 찾아 안간힘을 썼다. 뚜렷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계속 해서 나를 붙잡는 것. 나를 겁먹게 하는 것. 동시에 나를 살게 하는 것. 또 나를 닮아 있는 것들을 내가 소화 가능한 방식으로 받아드리려 애썼다. 내가 이 삶에 낯설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것을 찾기.  


짧다면 짧고, 지독했다면 지독하고, 또 깜깜했다면 깜깜했던 방황의 시간을 지나 나와 내가 만들어 낸 것의 간격을 한발씩 좁혀 간다. 사진은 지나쳐버린 줄 알았지만, 여전히 몽롱한 나를 이끄는 지난 시선과 시도들이다. 하던대로 계속 같이 하자는 조용한 교우는 시시때때로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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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WON JAE 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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